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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피곤한 한국”… 사람들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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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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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6년 09월 25일(월) 오전 02:59 23일 해외 이주·이민 박람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3층 대서양홀. 한 40대 남성이 캐나다 이민 업체 부스 앞에 섰다. 어색한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던 이 남성은 상담원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네자 짧게 눈인사를 건넨 뒤 의자에 앉았다. 그는 “올해 나이는 마흔세 살이고 대학원을 나왔고 지금은 KT(옛 한국통신)에 다니고 있다”고 상담원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중학생 아들(13)과 딸(6)을 캐나다에서 공부시키고 싶다”며 캐나다 이민에 필요한 영어자격시험(IELTS) 점수를 상담원에게 보여 줬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지만 자녀들의 장래를 생각해 이민을 결심했다는 것. 그는 또 “앞으로 아이들에게 들어갈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딸이 밤늦게 학원을 다니며 힘겨워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을 신청해도 30∼36개월 뒤에나 이민자격이 주어진다는 상담원의 말을 듣자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좀 빨리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날 박람회장을 찾은 사람들 중에서는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과 수십억 원대의 재산을 가진 60대 노인도 만날 수 있었다. 이민 상담자들은 “요즘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은 단순 구직자보다는 자식 교육이나 편안한 노후생활을 위해 떠나는 중산층 이상이 많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박람회장을 찾은 40대 여성 이모 씨는 정부부처에서 18년째 근무 중인 서기관.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이 씨이지만 그 역시 자녀들을 위해 이민을 결심했다. 그는 “공무원 월급으로는 아이들 사교육비를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아 캐나다로 이민을 가려 한다”며 “이민을 가서 어떤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나온 이 씨는 “고학력자라도 캐나다에서는 용접이나 미용사, 트럭운전사로 일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상담원의 말을 듣자 실망하는 기색으로 자리를 떴다. 김모(61·여) 씨는 노후를 해외에서 보낼 계획이다. 김 씨는 “고령인 데다 최근 5년간 직장이 없었기 때문에 캐나다 이민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상담원의 말에 “갖고 있는 부동산을 팔고 현금까지 더하면 재산이 20억 원 가까이 된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캐나다로 이민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6년째 해외 이주·이민 박람회에 참가해 상담을 하고 있는 장미현(34·여) 클럽이민 해외이민개발부 팀장은 “입시 위주의 한국 교육현실이 싫어 이민을 가려는 사람이 많다”며 “캐나다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없기 때문에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캐나다 영주권을 따려는 상류층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호주, 캐나다 대사관과 44개 이민·해외투자 상담업체가 참여한 이날 박람회에는 1만 명이 다녀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